이 포스팅은 2025대비 EBS 연계교재 수능특강에 수록된 현대시, 정지용의 <장수산 1>에 대한 핵심정리, 이해와 감상을 제공합니다.
Core Arrangement
- 이 시는 산문시의 형태를 갖춘 이 시는 고요하고 청정한 깊은 산 속에 눈이 하얗게 내린 밤을 배경으로 한다. ‘벌목정정’, ‘쩌르렁’ 등은 산골의 정적감을 나타낸다. 아무도 없는 산의 고요한 정적은 뼈에 스며오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할 정도이고, 하얗게 눈 덮인 산 속 풍경이 산 속의 고요함을 더해 준다. 특히 눈의 흰색과 밤의 어둠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높은 동양적 정신의 세계를 표방하고 있어 깊은 감동을 준다.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산문시
- 성격 : 감각적, 동양적
- 제재 : 장수산 겨울 밤 전경
- 주제 : 탈속적 세계에 대한 염원 / 장수산의 절대 고요와 탈속의 세계에 대한 염원
- 특징 : ① ‘~이랬거니’, ‘하이’ ‘~고녀’ 등 의고적 어투를 사용하여 고풍스러운 느낌을 줌.
② 의도적으로 시행을 종결하지 않음.
③ 의문, 영탄의 어조로 화자의 감흥을 직설적으로 드러냄.
④ ‘정정’, ‘쩌르렁’, ‘희고녀’, ‘내음새’ 등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시적 대상을 형상화함.
⑤ 부사(한밤내)로 종결하여 여운을 줌.
Understanding & Appreci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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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장수산’의 시간적, 공간적 이미지를 빌어 ‘고요’로 표상되는 동양적 세계에 일체화되고 싶어 하는 시인의 정신적 의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시 속에서 장수산은 다람쥐도 돌아다니지 않고 산새도 울지 않는 절대 고요의 공간이며, 속세와 완전히 절연해있는 탈속의 공간이다. 이를 형상화하기 위해 시적 화자는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정경과 분위기를 형상화하고 있다. ‘쩌르렁’처럼 청각적 이미지를 환기하는 시어들조차 역설적이게도 고요와 정적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데 동원되고 있으며, 내린 눈으로 인해 종이보다 더 희게 비치는 달밤의 설경(雪景)같은 시각적 이미지 또한 궁극적으로 깊은 산의 고요한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시에서 ‘고요’는 가장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시어로서 세상과의 완벽한 단절을 의미한다. 현실 세계에서 생겼음 직한 ‘시름’은 장수산의 고요 속에도 피해있는 시적 화자의 내면에서 아직도 심히 흔들리고 있다. 화자는 보름을 기다려 흰 빛을 띠는 ‘달’과 함께 장수산 깊은 숲 속을 걷고, 세속적인 것을 초월한 듯한 경지를 보여주는 ‘웃절 중’의 조찰한 모습을 본받고 싶어 한다. 즉, ‘달’이나 ‘웃절 중’처럼 화자도 장수산의 정결한 고요에 완전히 동참함으로써 자기를 괴롭히는 속세의 시름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것이다. 화자의 이러한 바람은 슬픔이나 꿈같은 세속적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겨울 한밤을 오롯이 견뎌내겠다는 강렬한 의지로 드러난다.
따라서 일제 말기의 엄혹했던 사회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 시는 부정적인 현실에 굴복하거나 영합하지 않고 동양적 은일(隱逸)정신에 기대어 자신의 순수성을 지켜내려는 시인 정지용의 정신적 지향과 자세가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이 바로 이 시를 두고 ‘자연의 정경과 깊은 내면 의식을 교묘하게 조화시켜 놓음으로써 시적 표현이 도달할 수 있는 하나의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라고 평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Content analysis
- 벌목정정~하이 : 실제로 나무를 베었다는 것이 아니라 ‘이곳은 베면 쩌르렁 소리가 나고 그 소리가 골짜기를 울리는 메아리가 될 만큼 큰 소나무들이 많은, 고요하고 장엄한 숲이다.’라는 의미하다.
- 깊은 산~희고녀 : 추위가 아니라 고요가 뼈를 저리게 한다고 말할 만큼 절대적 고요에 휩싸인 산속을 그리면서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산중의 적막감을 정밀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 달도 ~ 걸음이랸다? : 눈 내린 산속에 보름달이 비치는 풍경을 묘사한 것으로서, 이 또한 한없이 적막한 장수산 숲속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여기서 ‘걸음이랸다?(걷기 위한 것인가?)’의 주체는 달일 수도 있고 나그네인 시적 화자 자신일 수도 있는데, 어떻게 해석하든 깊은 고요 속에서 자연과 인간이 조응하는 광경을 그린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웃절 중이~ 줏는다? : 승부 따위에 대한 집착이 없는 늙은 중의 모습에서 번잡한 세속의 현실로부터 벗어나 탈속적인 삶의 태도를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드러나 있다.
- 슬픔도~ 없이 : 슬픔도 꿈도 없이 비애나 이상마저 버린 채 장수산의 순결한 고요 속에 완전히 파묻히겠다는 의지가 드러나 있다.
Reading material
- <장수산 1>은 겨울 장수산의 지극히 순수하고 고요한 세계, 세상일에 초연한 웃절 중의 모습 등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속과 단절된 무욕의 공간 속에서 번뇌하면서도 탈속의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 화자의 결연한 태도를 드러낸다.
- 산문시로서의 운율 형성 요소 : 정지용의 산문시는 형식의 제약을 받아들이면서도 그것을 뛰어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운율적인 면에서 유사한 통사 구조와 동일 시어의 반복으로 시의 운율감을 형성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또한, 마침표와 쉼표를 사용하지 않아 의미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기여하고 있다.
- 예스러운 어투의 시적 효과 : 이 시는‘-거니, 하이, -고녀, -(이)란다, -는다, -노니’와 같은 예스러운 어투를 사용하여, 자연에서 속세의 번뇌를 잊고자 하는 은일(隱逸)의 자세를 노래하고 있다. 이는 정지용이 지향하는 동양의 정신세계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그 정신적 지향이 뿌리 깊은 전통과 관련된 것임을 자연스럽게 환기시키려는 의도가 작용한 것이다.
- 장수산’의 상징적 의미 : ‘장수산’은 하얀 눈과 달빛만 있는 절대 고요의 공간으로, 이곳에서 화자는 세상과 단절된 느낌을 받으면서 무욕의 삶과 탈속의 경지를 추구한다.
- 정지용 시의 세계와 그 의의 : 정지용은 한국 현대시사에서 언어에 대한 자각을 각별하게 드러낸 시인이다. 그는 다양한 감각적 경험을 선명한 심상과 절제된 언어로 포착해 내는 시를 썼다. 또한, 당시에 서구적인 이미지즘이나 모더니즘을 넘어서서 우리의 시적 전통에 근거한 산수시의 세계를 독자적인 현대어로 개진하여 한국 현대시를 성숙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시인으로 평가 받는다.
Work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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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2024, 2025대비) 수능특강 p.94~p.96
Intertextuality
- 김종길, <고고(孤高)>
- 이달, <불일암 인운 스님에게> : 두 작품은 모두 탈속적인 세계에서 초월적 삶을 지향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장수산 1’에서 시적 화자는 하얀 눈과 달빛만 있는 절대 고요의 공간인 ‘장수산’에서 ‘웃절 중’의 무욕의 삶과 탈속의 경지를 추구한다. 이렇게 초월적 삶을 지향하는 인물은 ‘불일암 인운 스님에게’에서 스님의 모습과 유사하다. 이 시는 구름 속에 파묻힌 탈속적인 공간에서 낙엽이면 쓸겠지만 낙엽이 아닌 구름이라 쓸지 않는다는 스님의 모습을 통해 세속을 초월한 삶의 경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